쿠바 93년 보관 사진 한장 독립운동가 후손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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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5.24(목) 18:18
사회일반
쿠바 93년 보관 사진 한장 독립운동가 후손 찾아
전남대 김재기 교수팀, 쿠바에서도 3.1운동후 대한민국 연호 사용
  • 입력 : 2018. 02.27(화) 05:12
  • 정인서 기자

"93년 동안 보관된 사진 한 장이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찾게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쿠바를 휩쓴 태풍 어마로 집이 침수되어 조카 집에 살고 있으면서도 아버지 형제들의 가족사진만은 꼭 보관한 때문이었습니다.

전남대 김재기 교수는 쿠바에서 독립운동가 후손을 찾은 일화를 이야기했다. 특히 쿠바 애국지사들은 1919년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연호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전남대학교 지원으로 구성된 김재기 교수를 단장으로 한 학생 4명이 참여한 쿠바 한인 후손 찾기 봉사단이 3·1절 99주년을 맞아 쿠바 한인 독립운동가 중 서훈 미전수자 7명의 후손을 찾아냈다.

26일 전남대는 정치외교학과 김재기(재외한인학회 회장) 교수와 학생 4명이 참여한 봉사단이 지난 2일부터 14일까지 쿠바의 아바나·마탄자스·카르데나스 등을 방문해 독립운동가 후손 찾기 활동을 벌여 7명의 애국지사 후손을 찾았다고 밝혔다.

봉사단은 이번 현지 활동에서 일제 강점기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한 강흥식·김치일·이우식·김명욱·박두현·이윤상·이인상 등 7명의 쿠바 한인 애국지사 후손을 찾아냈다. 이 중 이윤상과 이인상은 형제다.

이들은 1945년 해방이 될 때까지 미국의 대한인국민회를 통해 상해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지원한 공로로 한국정부로부터 서훈이 추서됐다.

그러나 서훈 당사자인 1세대 한인들이 모두 사망한 데다 미수교 상태인 쿠바와 단절되는 바람에 후손을 찾지 못해 귀중한 서훈이 전달되지 못했다.

김 교수를 비롯한 전남대 봉사단은 지난 2년간 지속해서 추적 조사를 벌여 이번 7명을 포함해 그동안 15명의 서훈 미전수자를 발굴했다.

서훈이 모두 전수되면 15명의 쿠바 한인 애국지사 후손 600여 명이 한국 정부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국적 취득의 기회도 얻게 된다.

이번에 발굴된 쿠바 한인 독립운동가들은 1905년 멕시코에 이주한 뒤 16년 동안 살다가 1921년 쿠바로 재이주한 한인들로 멕시코 거주 당시 3·1 운동이 발생하자 지지대회를 개최했다.

쿠바로 재이주한 이후에는 1929년 발생한 광주학생독립운동과 관련해 마탄자스·카르데나스·마나티 등에서 지지대회를 열고 특별후원금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윤상 선생(건국포장 이인상 선생의 형)의 후손을 찾은 것은 카르데나스에 사는 딸 Leonor Hi(86세)가 93년간 보관한 사진 한 장 때문이다. Leonor Hi는 지난해 쿠바를 휩쓴 태풍 어마로 집이 침수돼 조카 집에 살면서도 아버지 형제들의 가족사진만은 꼭 보관하고 있었다.

이 사진에는 ‘리윤상’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한글을 몰라 사진의 주인공이 아버지인 줄 몰랐으며 아버지가 한국정부로부터 서훈을 받은 사실도 모르고 살아왔다.

그러던 중 이번 쿠바 카르데나스를 방문한 봉사단 김재기 교수에게 사진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한글로 적힌 ‘리윤상’이라는 이름을 발견, 아버지를 찾게 됐다.

김 교수는 이미 10여 개의 자료조사를 통해 Antonio Hi가 이윤상 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사진에는 ‘대한민국 칠년 일월(일천구백이십오년 정월)’이라는 촬영 시점이 적혀 있다.

이는 1919년 3·1운동 이후 상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해부터 칠년이 되는 해를 의미하는 것으로 지구촌 정반대인 쿠바에서도 ‘대한민국’ 연호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재기 교수는 "이번 방문을 통해 새로 만난 쿠바한인 건국훈포장 서훈자중 미전수후손들을 만났다. 작년 쿠바에 불어닥친 어마태풍으로 집이 침수된 분도 계시고 반지하 창고에서 사시는 독립유공자 후손들도 있다. 한글을 몰라 할아버지 아버지 이름도 모른다. 새롭게 정부가 바뀌고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사람답게 살게해주겠다고 했는데 언제 쿠바에까지 모국의 손길이 미칠까?"라고 소회를 말했다.

김 교수는 "쿠바에는 아직도 우리 정부의 서훈이 가능한 애국지사 80여 명이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후손들이 할아버지의 이름은 물론 일제강점기 대한인국민회 활동 등 독립운동 사실을 모르고 가족 관계도 복잡한 만큼 정부가 나서서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인서 기자 jis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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